02 / 09ORIGINAL WORK · 2026

Selected Works · 2026
총 9점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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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실의 장소와 기억, 상상 속 풍경을 포개어 화면 안에 또 하나의 세계를 세운다. 그 안의 건축과 유적은 지나간 시간이 남긴 껍질이자, 아직 오지 않은 장면이 뿌리내리는 자리다. 무너진 뒤에도 남은 형상은 사라짐의 증거에 그치지 않고, 다른 시간이 시작될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포토샵으로 장소와 이미지를 엮어 공간의 뼈대를 세우고, 아이패드 위에서 선과 형태를 다시 그린다. 이어 아크릴과 수채화로 번짐과 결, 빛의 흔적을 더한다. 디지털의 질서에 손의 우연이 스며들 때, 과거와 현재는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 풍경 안에 포개진다.
인간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하고, 만들고, 기억을 남긴다. 어쩌면 신은 유한한 생이 품은 이 찬란함을 질투해 우리에게 끝을 허락한 것은 아닐까. 영원한 존재에게는 없을,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온 마음을 다해 살아내는 순간. 나는 그 고귀한 찰나가 무한보다 아름답다고 믿는다.
내 그림 앞에 선 누군가가 잠시 걸음을 늦추고, 무엇이 사라졌으며 무엇이 아직 남아 있는지 묻기를 바란다. 한 사람의 유한한 삶이 남긴 빛이 화면 속에서 오래 머물러, 사라진 장면들이 다시 말을 건네는 작은 세계가 되기를.
HEEWON SEONG — 2026디지털로 공간을 설계하고, 다시 손으로 그리며, 아크릴과 수채화로 화면에 새로운 시간을 더합니다.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서 모은 이미지로 하나의 공간을 구성합니다. 디지털 이미지는 완성작이 아니라 다음 드로잉을 위한 설계도입니다.
아이패드에서 형태와 선, 질감과 명암을 다시 그립니다. 지우고 덧그리는 과정에서 이미지의 층을 세밀하게 쌓아갑니다.
아크릴과 수채화로 색과 질감을 더합니다. 재료가 겹쳐지며 이미지는 새로운 표면을 얻고, 사라진 흔적은 현재의 시간 안에서 다시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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